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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15:25:50
최광준 교수 국내 첫 만요슈(萬葉集) 완역
□ 시가 작가 중 상당수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
최광준 교수(국제지역학부 일어일본학전공. 63)가 국내 일문학 연구자 중 처음으로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를 한글로 완역해 책을 펴냈다. 만요슈는 서기 770년경에 편찬된 일본 최고(最古)의 시가집(詩歌集)이다. 이 책에 수록된 4,516수의 시가(詩歌) 작가 중 상당수가 백제나 고구려,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른바 도래인(渡來人)들이다. 시가의 표기방식도 향찰(鄕札)과 같은 만요가나(萬葉がな), 즉 이두문자로 된 것이 많아 만요슈는 고대 한일문화교류와 한일고전문학, 우리나라 향가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 대학재학시절 첫 인연 후 필생의 과제로 <만요슈 연구> 설정
최 교수가 이번에 [만요슈]란 제목으로 국학자료원 새미(주)에서 펴낸 완역본은 모두 세권으로 2,1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만요슈는 지금까지 중국어와 영어로 완역되고 프랑스어로 일부 번역되긴 했으나 국내에서는 완역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교수가 만요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6년 청주대 일문학과에 진학한 직후였다. 전공수업을 통해 처음 접한 후 운명처럼 만요슈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마친 뒤 만요슈 연구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1987년 일본 니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1998년 후쿠오카대학에서 만요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열정 때문인지 그를 아는 일본인 학자들은 최 교수를 ‘만요슈 박사’라고 부른다.
지난 1989년 우리대학 일문과 교수로 부임한 후 일본 고전문학을 주로 가르쳐온 최 교수는『일본의만엽집』(우리대학 출판부, 2005),『만요하세요』(니혼대학 출판부, 2011) 등의 단행본과 「오토모노야카모치와 여성들」(2011),「만요집에 보여지는 자연과 재해」(2012),「야마노우에노오쿠라의 문학」(2013) 등 50여 편의 만요슈 관련 연구논문을 썼다. 만요슈에 대한 열정은 일본 저명화가와의 공동 출판과 시화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2년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화의 대가인 스즈키 야스마사(鈴木靖将) 화백과 의기투합해 만요슈 시가 중 도래인이 쓴 것만 골라 최 교수가 일어원문에 한글로 번역까지 하고 스즈키 화백이 그린 일본화를 간추려『츠보미(봉오리)』(야마토케이코쿠사)란 제목의 화문집(畵文集)을 일본에서 냈다. 이에 앞서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최 교수가 번역한 만요슈 시가에 스즈키 씨가 그림을 그린 시화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갖는 열정을 이어오고 있다.
□ 5년 목표 두 배인 10년 만에 결실 ... “관련 분야 연구 활성화 기여 보람”
최 교수가 만요슈 완역에 본격 도전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고전 일문학 연구자로서 ‘학자 인생의 자존심’을 걸고 완역에 매달렸다. 당초 목표 시한은 5년. 완역작업은 그러나 의욕처럼 순탄치 않아 당초 목표했던 세월의 꼭 두 배인 10년이 돼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만요슈 연구를 위해 주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해마다 10여회 이상 일본을 찾아 자료를 모으고, 자다가도 좋은 번역 구절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느라 잠을 설친 날도 부지기수였다. 이처럼 10년간 강행군한 결과, 얼굴에 검버섯이 많이 늘고 몸이 적잖게 상했다. 하지만 무모해 보이던 완역에 도전한 걸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만요슈를 완역하는 동안 우리나라 관련 지명과 인물이 다수 등장하고, 매화나 맨드라미 등 식물의 전파 경로를 추정해 볼 수 있는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으며, 한일 고전문학의 뿌리를 찾고, 문화교류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소중한 자료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껴 힘든 일이었지만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40년 넘는 세월 동안 화두로 삼아온 만요슈 완역 작업을 마무리 해 한일 학술교류 증진과 관련 분야 연구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